종교사회학- 한국의 복음화
<종교사회학-한국의 복음화>
** 종교 사회학적 관점에서 볼 때, 한국 사회의 복음화를 위한 방향과 방법 그리고 그에 따른 과제에 대한 나의 의견.
종교를 사회학적으로 정의할 때 실체적 정의와 기능적 정의로 볼 수 있다. 여기서는 먼저 종교를 기능적 정의로 설명하고, 한국사회안에서 종교상황을 보고, 특히 가톨릭이 한국 사회에서 그 종교가 가진 목적, 즉 복음화를 위해 어떤 방향과 방법을 가져야 하는지 또 그에 따른 과제는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종교의 실체적 정의는 모든 종교가 공통적으로 가지는 몇 가지 기본적 요소, 즉 성스러움의 체험과 종교 체험을 외적으로 표현하는 표상들 (교리, 예식, 공동체)을 가지고 종교와 종교아닌 것을 구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는 그리스도교를 기반으로 내려진 정의이므로 동양종교에서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따라서 동양의 문화권에 있는 우리나라의 종교현상을 보기 위해서는 종교에 대해 기능적 정의를 내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종교의 기능적 정의는 종교가 개인이나 사회를 위해서 공통적으로 수행하는 어떤 기능을 찾아내고 그 기능을 종교과 종교 아닌 것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삼고자 한다. 즉 종교가 개인이나 사회를 위해 기본적으로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것이다. 기능적 정의에서 종교는 첫째, 자아정체감을 부여한다. ‘나는 누구인가?’ 에 대한 뚜렷한 인식을 갖게 한다. 둘째, 상황에 대해 정의를 내린다. 세상을 살고 있는 개인을 둘러싼 자연, 사회, 상황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갖게 한다. 셋째, 종교는 인간이 경험하게 되는 것들에 대해 해석의 틀을 제공하고, 동시에 설명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 안에서 종교는 이러한 기능들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면,
현재 한국사회는 조선시기 내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던 유교가 조선의 멸망, 일제시대, 전쟁과 분단을 거치면서 힘을 잃었고, 그 빈자리를 어느 한 종교가 채우지 못한 채 뚜렷한 주도종교 없이 다양한 종교들이 혼재하면서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주도종교가 없는 시기에 한국은 급격한 사회변화 안에서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그들의 삶에 대해 불확실하고 불안한 체험들을 하게 되었고, 이런 경험들을 해석하고 설명해줄 종교에 대한 열망 또한 커지게 되었다. 이런 사회의 요청 앞에서 각 종교들은 양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고 우리나라는 가톨릭, 개신교, 불교, 무교, 수많은 신종교 등이 함께 움직이는 거대한 종교 박람회장과 같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한 사회 안에서 수많은 종교들이 경쟁하고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어느 종교도 사람들의 종교적 욕구를 확실히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한국의 종교 상황에서 가톨릭은 그 존재 목적인 복음화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한국 가톨릭은 서구 선교사의 개입 없이 자발적으로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였고, 그 바탕에는 서학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했던 학자들의 노력이 있었다. 이것을 볼 때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처음부터 사회변혁을 위해 복음화의 필요성을 알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또 이런 목적으로 기존 사회체제로부터 극심한 박해를 받았고 이런 과정 중에 어느 한 계층이 아니라 민중의 종교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일제시기, 해방과 건국시기, 전쟁과 반공시기, 민주화시기를 거치면서 한국 사회 안에서 조금씩 영향력을 확대하게 되었다.
이것은 사회의 어려운 시기에 사람들에게 그들의 고통과 힘겨움, 비관적으로 보여지는 삶에 대해 의미를 주고, 해석해주는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사회가 안정화되고, 신자본주의와 물질 만능주의,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면서 교회 안에도 이런 세속적인 경향들이 유입되었고 교회역시 양적인 성장을 지향하면서 현재 가톨릭은 사회 안에서 그 기능적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고 정체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톨릭이 한국 사회의 복음화를 위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종교는 사회에 영향을 미치며(이것이 바로 그 종교의 목적이다) 사회역시 종교에 영향을 준다. 그런데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톨릭의 문제는 자신의 뚜렷한 정체성을 갖지 못하고 급변하는 사회의 영향 속에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의 부정적인 요소들이 교회 안에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먼저 교회의 내적인 기반을 다시 확립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교회 안에도 팽배해 있는 성장우선주의, 세속주의, 권위주의 등 불거지고 문제점들을 직시하고, 다시 교회의 정신, 복음의 정신으로 돌아갈 필요가 시급하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우리에게 제시되고 있는 섬김과 나눔과 친교의 공동체로서, 사람들의 영적인 갈망을 채워줄 교회 내적인 작업들이 필요하다.
또한 급변하는 사회 안에서 의미를 요청하는 사람들의 소리에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제도종교들이 제 몫을 못하는 틈을 타서 수많은 신종교들이 등장하고 있다. 모든 신종교들이 이단이나 사이비는 아니겠지만 신종교들의 팽창은 많은 사람들이 분명 기존의 종교에서 얻지 못하는 의미를 그곳에서 찾았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 요청되고 있는 보편적인 가치와 의미를 제시해야 한다.
세 번째, 타종교에 대해 배타적인 입장을 취하기보다 타종교의 윤리적 가치와 사회적인 선을 인정하고 전체 사회의 보편적인 선을 함께 추구하고 협력하려는 개방적인 인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