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오랜만에 머리를 순환시키는 영화한편을 보았다.
아고라...
바오로사도의 딸이라서 그런지 왠지 모를 친근감에 이영화의 제목을 보고 괜찮겠다 싶었는데
보고나니..
호교론적인 초세기 교회의 입장과 너무나 상반대의 감성을 전달하는 영화였다.
주인공은 4세기의 알렉산드리아의 유명한 철학자이며, 천문학자인 히파티아와
그의 노예 다부스, 그의 제자 오레스테스 그리고 초기 교회이다.
내 머리속을 복잡하게 하는 것이 다만 우리가 성인이라고 칭송하는 이들을
근본주의자들의 무리처럼 그려서만은 아니다.
그때까지 철학의 이름으로나 무력의 힘으로나 세계를 재패하던 그리스, 로마의 지배자들이 물러나고
황제의 힘을 얻어 새로운 힘의 세력으로 등장한 그리스도교인들이 장악하는 세상으로 바뀌는 시점을 보면서
인간의 힘 이라는 것이 고작 저것이다...라는 씁쓸한 생각이 들어서였다.
영화는 무신론자이면서 진리를 향해 나가는 히파티아에게 꽤 많이 무게를 실어주지만
이것 역시 그들 세계의 기득권층 입장의 논리밖에 안되는 것이다.
오레스테스와 그리스도인인 시네시우스를 묶어주면서 한형제라고 했던 히파티아가
함께 하자는 제자들을 뒤로 하고 나오는 것을 보면서...
과거 강력한 지배자였던 그들에게 새로운 힘의 세력은
무식하고 집단적 광기로 휩싸여있는 하나의 미개인과 같은 이들이지
함께 공존하는 형제까지는 될수 없다는 것처럼 보여졌다.
영화를 보면서 바오로 사도와 초세기 교회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무덤에 숨어 살고, 잡히면 사자밥이 되는 신세에서 어느 순간 힘을 갖게 된...
그렇다.
하느님을 중심으로 하지 않는 인간의 힘은 그처럼 위험하다.
그렇다고 초세기의 신앙인들을 결코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혹독한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처럼 편안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나는 좀처럼 알수도 없고 견딜수도 없는
분명 수많은 고뇌와 투쟁이 함께 하고 있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주님은 과연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실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수많은 비극들에 주님은 어떠실까 하는 생각들이...
그때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이어지는 악의 순환고리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