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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침묵

Sr.Julia 2010. 12. 12. 17:56

<위대한 침묵>

다큐멘터리 | 스위스, 독일, 프랑스 | 162 분 | 개봉 2009-12-03

침묵.. Silence..

아무말 없이 누군가와 있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나 혼자 있을때 역시..
그래서 집에 들어가면 거의 늘상 TV를 켜고, 음악을 틀고, 내 할일을 했다.
언제나 여러가지 소리로 둘러싸여 사는 것이 당연했기에...

 

하지만, 수도원에 들어오려 했을 즈음 나는 심한 갈증을 느꼈다.
고요함에 대한, 고독에 대해, 홀로 있음에 대해...
그리고 그 고요함과 고독과 홀로 있음이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주님을 위해서이고, 함께 이 세상을 사는 이들을 위한 것이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내게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안다.
고요함에 대한 갈망..
그것은 하나의 선물이었고 수도 성소의 시작이었다.
.
.
.
하지만 수도원에 와서보니 내가 상상했던 침묵이나 고요함은 아니었다.
활동 수도원이었기에 세상 속에서처럼은 아니지만 분주함이 있었고,
때론 시끌벅적한 축제로 어린이들 세상처럼 웃음과 재잘거림도 있었다.
그래서 수도원에 와서 얼마 안되서 갈등을 한 것도 사실이다.
좀더 고요한 곳을 찾고 싶은...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핑계였다.
외부의 소란함, 분주함은 본질적인 원인이 아니었다.
밖이 아닌 내 안의 소란함이 문제였던 것이다.
내 안의 소란함을 외부으로 투사하면서 도망치고 싶었던 것이다.
이 곳이 아니라 더 침묵하는 곳, 봉쇄수도원으로..
...
지금 되돌아보면, 그런 내게 좀더 시간을 주고 기다려준 내 자신에게
그리고 수도회의 걸음에 고마운 생각이 든다.
안가본 또 다른 길이기에 알 수는 없지만
과연 그때 봉쇄 수도원으로 갔다면...
아마 그랬다면 내 안의 소란함과 혼란함을 회피했다는 것에 대해 늦은 후회를 할지도 모르겠다.


이 삶을 살면서 고독과 침묵은 주어지는 것이라기보다는
내면에서 펼쳐지는 하느님과 나와의 친밀한 대화이며, 호흡이라는 것을 느낀다.

<위대한 침묵>...
영화를 보면서도 그 안에 아무런 소리도 없는 것에 의식하기 보다
외부의 침묵 가운데에서 하느님을 갈망하며, 그분께로 자신의 존재를 향하기 위해
내면의 무수한 소리들을 가라앉히고 영혼의 대상을 향한 내적 침묵을 살아가려는 이들을 본다.
위대한 침묵은
수도생활의 규칙과 규범으로써의 침묵이 아닌
사랑을 속삭이는 영혼의 소리없는 대화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