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ent/한 발자국..

감자 추수!!

Sr.Julia 2011. 7. 3. 13:05

 

 

"하느님, 감자를 수확했습니다.

저희가 보니 참 좋았습니다.

캄캄한 땅속에서 2개월 14일 동안 몸만들고 살찌운 감자!

크고 잘 생겼습니다. 울퉁불퉁해도 예뻐요.

아기 방울처럼 작고 귀여운 것도 있습니다.

이젠 아침식탁에 삶은 감자가 올라오겠지요.

가끔은 포테이토칩, 통감자 버터구이도 나올거고, 간장 조김도 먹을 거예요.

저희는 그때마다 오늘의 기쁨을 떠올리며 행복할 거예요.

탄성을 지르며 감자를 주워담던 순간, 얼굴에서 목을 따라 가슴으로 흘러내리던 땀방울을 기억할 것이고

감자가 도착했다는 방송에 곧바로 달려나가던 발걸음 소리와

펼쳐놓은 감자 사리에 길을 만든 섬세한 마음을 떠올릴 것입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희가 드리는 이 감자를 기쁘게 받아주십시오!"

(미사때 감자를 봉헌하며 드린 감사기도)

 

 

토요일! 50여명의 수녀들과 자매들이 포천밭으로 감자를 수확하러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나간 밭이라 하루가 지난 오늘은 움직이는데 꽤나 힘이 들긴 하지만

참 기쁜 하루를 보내고 왔지요.

예년보다 더 크고 튼실한 감자들이 많아서 여기저기에서 우량 감자 콘테스트와 특별모양 콘테스트를 하면서 한바탕 웃었습니다.

감자들이 쌓여가는 것과 동시에 점점 둔해지는 발걸음도 느끼고

한편으로 많은 농부님들을 떠올리며 그분들께 하느님의 축복을 빌어드리게 되었습니다.

우리야 우리가 먹고, 또 나누면 되는 것이지만

수확물을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농부님들에게는 수확의 의미가 또 다를테니까요.

 

큰 수확을 하게 해주시고 트럭가득 감자를 실고 수녀원으로 올때까지 꾹 참고 비를 멈추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이 감자를 얻기까지 수고하신 수녀님들과

이 땅의 많은 농부님들을 축복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