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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데이 인 더 네이버후드

Sr.Julia 2021. 11. 10. 15:53

오늘 우리 동네 날씨가 참 좋아요. 이웃이 되기에 정말 좋은 날씨죠. 제 이웃이 되어 줄래요? 아름다운 동네에서 이웃이 되는 날, 아름다운 사람과 이웃이 되는 날! 제 이웃이 되어 줄래요? 저는 당신과 같은 이웃을 바랬어요. 딱 당신과 같은 이웃을. 저는 항상 당신 같은 이웃과 같은 동네에서 살고 싶었어요. 그러니 이 좋은 날을 최고의 날로 만들어요. 우리가 이렇게 만났으니 이렇게 말해볼까요? 제 이웃이 되어 줄래요? 부디 제 이웃이 되어 주세요.~”

 

  영화가 시작되면서 흘러나오는 노래의 가사에 끌려서 계속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게 되었지요.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친교를 나누는 만남 없이 홀로 있어야 하는 시간이 계속되다보니 이웃이라는 단어가 낯설고 또 그립게 다가와서 그랬나 봅니다. 이 노래는 영화 주인공인 프레드 로저스가 어린이 방송 프로그램인 <미스터 로저스의 네이버후드>에서 부르는 오프닝송입니다. 우리말로 하면 로저스 아저씨의 이웃들이라는 프로그램인데,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톰 행크스가 연기하는 프레드 로저스는 실존했던 인물이라고 합니다. 그의 프로그램은 1968년부터 2001년까지 30년 넘게 방송했다고 하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의 방송을 보며 자랐을지 상상이 가지 않지요. 영화 중간에 로저스 아저씨가 지하철을 타는데 열차 안에 있던 아이들과 사람들이 그를 보며 반갑게 인사하며 이 노래를 불러줍니다. 어린 꼬마부터 나이 많은 중년까지 모두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주인공에 대한 설명이 꽤 길었습니다. 그만큼 정감이 가고 앞으로도 계속 기억날 것 같은 인물이라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잠시 전체 줄거리를 이야기 하자면, 로저스 아저씨는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이웃 중에 한 명인 로이드를 우리에게 소개합니다. 로이드는 일터에서는 기자 상을 받을 만큼 유능하고 집에서는 아내와 어린 아들에게 책임감 있고 든든한 가장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않아서 그가 취재를 하려고 하면 꺼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상처를 받고 버림받은 후에는 아버지의 존재를 잊고 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누나의 결혼식에서 아버지와 만나게 되고 끝내 다툼을 하다가 얼굴에 상처까지 입게 되지요. 이런 와중에 잡지사에서는 그에게 로저스 아저씨를 만나서 영웅 특집호 기사를 쓰라고 합니다. 로이드는 마지못해 로저스 아저씨를 찾아가지만 그를 인터뷰하는 대신 로저스 아저씨로부터 질문공세를 받습니다. 아마도 그의 얼굴에 난 상처를 보며 무슨 일인가 했던 거지요. 첫 만남부터 로이드는 자신의 불운했던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로저스 아저씨가 못마땅했습니다. 하지만 기사를 쓰기 위해 로저스가 출연했던 프로그램들을 찾아보고 그의 행적들을 쫓아가며 그가 가식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친구가 되어준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는 로저스 아저씨와 인터뷰를 계속하면서 왜 자신이 아버지를 미워하게 되었는지, 왜 자신을 찾아오는 아버지를 내쫓고 분노하고 있는지 마음을 열고 대면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누군가 용서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그래서 영화에서 이 과정은 꽤 천천히 진행됩니다. 게다가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라면 그것이 아물고 새살이 돋는 것은 더 시간이 걸리겠지요.

  이 여정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 중에 하나가 있습니다. 두 주인공이 어느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합니다. 그때 로이드는 로저스 아저씨에게 당신은 나처럼 망가진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로저스 아저씨는 당신은 망가진 사람이 아니라 신념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옳고 그름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죠. 아버지와의 관계가 당신이 그렇게 성장하도록 도와준 거라고 생각해요.” 라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연습을 해보자고 제안합니다. “지금부터 일분동안 지금의 내가 있기 까지 우리를 사랑해준 모든 사람들을 떠올려보는 거예요.” 로저스 아저씨의 이 말에 주인공은 못하겠다고 거절하지만 그를 보며 미소 짓는 아저씨를 보며 조용히 고개를 숙입니다. 로저스 아저씨의 말을 들은 식당 안의 다른 사람들도 먹고 이야기하는 것을 멈추고 한 사람씩 눈을 감습니다. 이때 로이드를 바라보던 로저스 아저씨는 카메라를 바라보지요. 마치 스크린 밖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에게도 함께 하자고 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정말 일분이 흘러갑니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쉬며 눈물을 흘린 로이드를 보며 로저스 아저씨는 말합니다. “함께 해줘서 고마워요라고. 이후의 일들을 짧게 이야기하자면, 집으로 돌아온 로이드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의 집으로 가서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며 가족들과 함께 그의 임종을 지키게 됩니다.

  영화는 해피엔딩이었지만 끝나고 나서도 여운이 한참 남았습니다. 로이드가 아픈 과거의 기억을 치유하고 아버지와 화해하도록 로저스 아저씨가 옆에 있어줘서 참 다행이었지요. 그리고 로저스 아저씨와 같이 참 좋은 이웃을 둔 로이드가 부러워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내게도 그런 이웃과 친구들이 있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더군요. 그리고 태어나고 자라면서 만났던 이들을 저 역시 떠올려 보았습니다. 때론 한없이 사랑을 주시고 때론 엄하게 가르치신 부모님과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왔던 형제들, 자라면서 꿈을 나눴던 수많은 친구들과 배움의 깊이를 알게 해주었던 선생님들, 세상의 경계를 점점 넓혀주었던 동료들, 그리고 하느님의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자매들까지 참 많은 이들이 지금의 내가 존재하도록 영향을 주고 또 받았음을 인정하게 됩니다. 또한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알지 못하는 얼마나 많은 이웃들이 있었을까요? 그중에는 선한 영향을 준 이들도 많았을 것이고, 때론 상처를 주고 아프게 한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하찮은 만남은 없습니다. 그 모든 것들이 나라는 존재가 성장하고 이뤄지도록 햇빛과 비와 바람이 되어 주었을 테니까요.

  저도 누군가의 좋은 이웃이 되면 좋겠습니다. 영화 속에서 로저스 아저씨는 몇 가지 선한 이웃이 되어 주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그중에는 여러분도 이미 하고 계신 것도 있겠지만 세 가지 방법을 미리 힌트로 드릴게요. 첫 번째는 이야기 할 때 상대의 눈을 바라보는 겁니다. (그녀)가 말하는 것을 잘 듣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두 번째는 대화 할 때 상대가 잘 이해할 수 있는 단어와 어휘를 사용하는 거예요. 로저스 아저씨는 아이들에게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로 설명했지요. 대화는 서로를 알아가는 소통의 시간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오늘 만난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작은 수첩이 있다면 만났던 이들의 이름을 적어 놓았다가 잠자리에 들기 전 기도할 때 그 사람을 떠올리며 감사기도를 드리는 거지요. 저도 예전에 기도노트에 날마다 기도지향들을 적어 놓곤 했었는데 로저스 아저씨를 보며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잠시 만나는 인연이라도 아름다운 이웃으로 남는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누군가의 좋은 이웃이 되어주시겠어요?

 

<사목정보> 2021년 3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