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uality/영성,묵상

23주일 강론(배달하신부님)

Sr.Julia 2004. 9. 8. 16:17

그를 그대에게 돌려 보내니...

배달하 신부 / 구곡 주임


  옛날에 아마도 골로사이라는 동네에 '압피아'라는 부인과 '아르킵보'라는 자식을 둔 '필레몬'이라는 큰 갑부가 살았었다. 또한 그는 부자였기에 부인과 자식 말고도 '오네시모'라는 종도 있었다. 아마도 어떤 좋은 날 여차 여차한 일로 인해서 종 '오네시모'아저씨가 종 노릇 종 칠려고 도망을 쳤다. 도망친 오네시모는 자기 주인집 식구들과 자기에게 교리를 가르치고 세례를 준 인물로 그때 당시 감옥에 갇혀 있던 '바오로'라는 사도에게로 가서 감옥살이 수발을 든다. 눈치가 9단인 '오네시모'가 바오로에게 간 것은 필연적 이유였으리라. 도망친 노예가 잡히면 최소한 반죽음이 될 것은 뻔하니 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자기 주인 식구들과 자신을 가르치고 세례 준 바오로 밑으로 들어가는 길 밖에 없었으리라. 아무튼 주인 필레몬은 있는 대로 열을 받았다. 이 놈 오네시모 잡히기만 해봐라 하고 벼르고 별렀겠지. 괴로운 건 바오로도 마찬가지. 자신이 가르치고 입교시킨 부자 새 신자 필레몬을 생각하니 도망친 노예 오네시모를 돌려 보내야겠고 그러자니 또 다른 신자 오네시모는 맞아 죽을게 뻔하였을게 아닌가? 그래서 바오로는 기도하고 또 기도하여 편지 한 통을 썼는데 그것이 오늘 제 2독서에 필레몬서이다. 그 이야기는 여기에서 잠시 접고 복음으로 갔다가 와야겠다.

  오늘 복음은 에누리가 없다. 그래서 말씀하시길 '너희 가운데 누구든지 나의 제자가 되려거든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버려야 한다'고 하신다. 적당히 버리는게 아니라 몽땅 버리라신다. 그러고 보니 뭐 별로 가진 것도 없다. 그래서 버릴 것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 신앙인들은 잘 버린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기꺼이 희사도 하고, 내 본당이 아닌데도 이웃 본당 지으라고 재물을 희사함으로 물질과 마음의 욕망을 버린다. 그런데 살다보면 진짜 버리기 어려운게 있다. 그것은 귀신도 살 수 있다는 돈도 아니요, 귀한 물질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주님을 알기 전에 형성된 세상의 '나'다.

  주님을 알기 전에 필레몬은 부자였고 자기 마음대로 종을 부려먹던 주인이었다. 떵떵거리며 꿀리지 않고 살았다. 그런 그가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교회 안에서 여러 가지 좋은 일을 많이 했다. 많이 버린 것이다. 교무금은 남보다 월등히 많이 냈고, 천원짜리 봉헌은 아예 생각도 못할 유치한 일이었고, 심지어 자기 집을 내어 주어 신자들이 모여 기도하는 공간으로 봉헌 할 만큼 훌륭한 신자였다. 그런 그가 그 자신도 모르게 버리지 않은 것이 있었다. 종을 부려먹던 주인 이라는 세상에서의 그를 버릴 줄 몰랐었고 또한 그것이 버려야 하는 것인지도 몰랐었다. 그래서 바오로는 그에게 도망친 노예 오네시모를 형제로 받아 줄 것을 부탁하고 편지를 쓴다. 이제 하느님 앞에서 종과 주인의 입장마저 버리라는 것이다.  

  성당에 나오는 모든 교우들을 보면 참 착하고 이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누군가가 작은 실수로 자신과 다른 신념과 생각을 표현하면 순식간에 대단히 무섭고 안 착한 사람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럼 우리 모두 다시 한번 되새겨 보자. 우리는 과연 몽땅 버렸나하고 자문해 보자. 여러분이 오네시모라는 노예를 잃어버리고 화가 난 필레몬이 되어 바오로의 편지를 읽고 그 권고를 신앙과 사랑으로 깨닫고 받아들여 평소에 우습게 생각했던 이웃을 동등한 형제로 대할 수 있는지 물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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