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그대에게 돌려 보내니... |
배달하 신부 / 구곡 주임 |
오늘 복음은 에누리가 없다. 그래서 말씀하시길 '너희 가운데 누구든지 나의 제자가 되려거든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버려야 한다'고 하신다. 적당히 버리는게 아니라 몽땅 버리라신다. 그러고 보니 뭐 별로 가진 것도 없다. 그래서 버릴 것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 신앙인들은 잘 버린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기꺼이 희사도 하고, 내 본당이 아닌데도 이웃 본당 지으라고 재물을 희사함으로 물질과 마음의 욕망을 버린다. 그런데 살다보면 진짜 버리기 어려운게 있다. 그것은 귀신도 살 수 있다는 돈도 아니요, 귀한 물질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주님을 알기 전에 형성된 세상의 '나'다. 주님을 알기 전에 필레몬은 부자였고 자기 마음대로 종을 부려먹던 주인이었다. 떵떵거리며 꿀리지 않고 살았다. 그런 그가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교회 안에서 여러 가지 좋은 일을 많이 했다. 많이 버린 것이다. 교무금은 남보다 월등히 많이 냈고, 천원짜리 봉헌은 아예 생각도 못할 유치한 일이었고, 심지어 자기 집을 내어 주어 신자들이 모여 기도하는 공간으로 봉헌 할 만큼 훌륭한 신자였다. 그런 그가 그 자신도 모르게 버리지 않은 것이 있었다. 종을 부려먹던 주인 이라는 세상에서의 그를 버릴 줄 몰랐었고 또한 그것이 버려야 하는 것인지도 몰랐었다. 그래서 바오로는 그에게 도망친 노예 오네시모를 형제로 받아 줄 것을 부탁하고 편지를 쓴다. 이제 하느님 앞에서 종과 주인의 입장마저 버리라는 것이다. 성당에 나오는 모든 교우들을 보면 참 착하고 이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누군가가 작은 실수로 자신과 다른 신념과 생각을 표현하면 순식간에 대단히 무섭고 안 착한 사람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럼 우리 모두 다시 한번 되새겨 보자. 우리는 과연 몽땅 버렸나하고 자문해 보자. 여러분이 오네시모라는 노예를 잃어버리고 화가 난 필레몬이 되어 바오로의 편지를 읽고 그 권고를 신앙과 사랑으로 깨닫고 받아들여 평소에 우습게 생각했던 이웃을 동등한 형제로 대할 수 있는지 물어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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