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영화 산책

괴물

Sr.Julia 2007. 1. 31. 16:13

 

<괴물>

▷감독 봉준호

1994년 지리멸렬(독립, 단편)

2000년 플란다스의 개 (장편)

2003년 살인의 추억 (장편)

2003년 이공(옴니버스), 싱크 앤 라이즈 (단편)

2004년 인플루엔자 (독립, 단편)

2006년 괴물 (장편)

        2006년 7월 27일 개봉 , 12세 관람가, 119분

▷배우 

변희봉(박희봉 역) : 배운 것도 욕심도 없지만 가족에 대한 걱정과 애정으로

                             힘든 상황 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중심을 잡아주는 가장

송강호(박강두 역) : 꾸벅 꾸벅 졸기 일수에 세상에 어떤 걱정도 없는 천하 태평인 

                            큰 아들. 하지만 자다가도 현서(딸) 목소리만 들려도 맨발로 뛰어

                            나갈 정도로 그에게는 오직 현서뿐이다.

박해일(박남일 역) : 집안에서 유일하게 대학은 졸업했지만 취직은 안되고 세상에 

                         불만이 많은 투덜이 둘째 아들. 다혈질에 쉽게 흥분하고 욕을 입에

                         달고 살지만 속마음은 누구보다도 따뜻하다.

배두나(박남주 역) : 운동선수답지 않게 행동이 굼뜨고 반사신경이 둔해 가족들로부터

                          구박받기 일쑤인 딸. 집안에서 유일한 여자인 그녀는 조카 현서에게

                          언니같고 엄마같은 존재이다.

고아성(박현서 역) : 매점집의 보배, 박강두의 딸. 평범한 여중생이지만, 덤벙대는

                          아빠를 먼저 챙겨줄 정도로 마음이 넓고 의젓한 소녀이다.

                          괴물에게 잡혀가는 힘든 상황에서도 남을 먼저 생각할줄 알고  씩씩한

                         모습을 잃지 않는다.


▷message

괴물, 가족, 희생, 연대, 근본, 무감각


▷주제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국가나 사회가 얼마나 도움이 되었느냐?’고 묻고 싶었다고 했다. 나 역시 영화를 보면서 힘없는 소시민들이 살기에 이 사회가 얼마나 괴물과 같은 현실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괴물 같은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어떤 무기를 들어야 할까? 이 영화를 본 몇몇의 사람들이 말하듯이 가족애가 전부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것은 이 가족 역시 가족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제각기인 가족들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힘없는 작은 자들이 맞잡은 손(연대)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줄거리

주한 미군 기지에서 엄청난 양의 포름알데히드가 한강으로 흘려버려진다. 그후 2006년 10월 한강에서 한 남자가 투신자살을 한다. 이미 한강에는 돌연변이 동물(괴물)이 있었다.

사람들이 오가는 한강의 한 매점에서 아버지는 손님들의 주문에 바쁘고, 노란머리의 아들은 매점 안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다가 현서가 아빠라고 부르는 소리에 벌떡 일어난다. 이 둘은 매점 안에서 TV를 보며 고모의 전국체전 양궁대회를 응원한다. 그런데 강두는 한강다리에 붙어있는 이상한 물체를 보게 되고 그것이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하자, 한강둔치는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매점 밖으로 나온 현서는 괴물의 꼬리에 낚여 사라지고 만다. 갑작스런 괴물의 출현으로 한강주변은 모두 통제되고 가족들을 잃은 합동분향소에서 아버지와 3남매가 모이게 되고 이들은 괴물이 나온 한상에 있었다는 이유로 병원으로 호송되고 격리된다. 그날 밤 강두에게 핸드폰으로 현서의 전화가 오면서 현서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사실을 경찰에게 알리지만 경찰은 충격으로 인한 헛소리라고 여기며 강두의 말을 무시한다.

강두와 그 가족은 자신들이 현서를 찾겠다고 결심하면서 병원으로 탈출하고 방역회사 직원으로 위장해서 한강 하수구를 뒤지기 시작한다. 그들은 어느 매점에서 잠시 쉬다가 괴물과 만나게 되고 치열하게 싸우면서, 희봉은 괴물에게 죽게 된다. 남일과 남주는 아버지의 죽음을 보면서 도망가고 한편 강두는 잡혀 미군에게 넘겨져서 온갖 검사를 받게 된다. 도망친 남일은 위치추적으로 간신히 현서의 위치를 알아내고, 현서의 위치를 전해 받은 남주는 원효대교로 가서 괴물과 마주치고 다쳐 쓰러지게 된다. 현서가 원효대교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강두는 미군의 검사실에서 빠져나와 현서를 찾기 시작한다.

한편 괴물에게 잡힌 현서는 괴물이 잡아온 소년 세진을 돌보면서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가족들이 현서가 있는 곳에 왔을 때 이미 괴물과 현서일행은 그곳에 없었다. 괴물의 몸속에 현서가 있을 거라고 믿은 강두, 남주는 괴물을 쫓고, 남일은 노숙자의 도움을 받아 화염병을 준비해서 괴물을 찾는다.

다시금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나타난 괴물, 놀라서 흩어지는 사람들, 무차별적으로 에이전트 엘로우를 뿌리는 미군, 괴물을 향해 총을 쏘는 군인들, 그런 와중에 강두는 쓰러진 괴물의 입속에서 현서의 손목을 발견하고 잡아당긴다. 끌려나오는 현서는 세진을 꼭 끌어안고 있고 그런 현서를 안은 강두는 오열한다. 도망가려는 괴물을 향해 남일은 화염병을 던지고 남주는 불붙은 화살을, 마지막으로 강두는 쇠파이프로 괴물을 죽이게 된다.

눈이 내리는 한강의 작은 매점 안에서 검은 머리를 한 강두는 장총으로 밖을 경계하면서 세진과 함께 밥을 먹는다.


▷영화 안에서 보여진 상징

 2006년 서울의 한강에 괴물이 나타났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점의 한국의 서울, 우리나라의 서울이면서 수도이다. 모두의 눈과 귀가 집중되는 곳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얼굴이며 자랑거리이다. 올림픽과 월드컵,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세상한복판에 우뚝 서있다고 자랑하는 도시이다. 하지만 이 높고 화려한 불빛의 고층빌딩만 있는 곳일까. 높은 빌딩 옆으로 허름하고 어두컴컴한 뒷골목이 연결된 빛과 어두움이 공존하고 있는 공간이다.

 서울을 가로질러 유유히 흐르는 강, 한강. 강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다. 생명을 얻고 성장시키는 곳이다. 곳곳의 모든 물줄기가 하나로 모여드는 곳이고, 반대로 모두에게 생명(물)을 공급하는 저수지이기도 하다. 특히 한강은 70-80년대 한강의 기적을 이루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젖줄이면서 우리나라의 자랑스런 상징이다. 또한 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과 힘겨움, 아픔이 녹아 있을까. 한강으로 뚫려있는 거대한 하수구들은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교각들과 한강둔치의 여유로움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서울 한강에 괴물이 등장한 것이다. 이상하게 생긴 작은 돌연변이 생물. 그 시작은 사람들이 시시하게 생각할 정도로 별것 아니라고 지나쳐버린 것이지만, 그 후 그 돌연변이 생물은 사람들을 해치는 괴물이 되어서 돌아왔다.

우리 손에 쥐어진 지금이라는 시간과 공간은 어쩌면 우리에게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놓쳐버리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 바로 그것이 우리의 큰 약점과 재앙으로 돌아온다면 지금 어느 것 하나라도 가볍게 여길 수 있을까.

괴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어쩌면 눈에 보이는 것처럼 미군의 독극물 방류로 생기게 되어 사람들을 해치는 무시무시한 생물만이 아니라 이 영화 안에서 괴물의 모습은 참으로 다양하게 녹아있다.

우선 포름알데히드를 한강에 방류하여 괴물을 탄생시킨 미군이라는 상징역시 괴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름표를 단 교복을 입고 괴물에게 납치되는 현서를 볼 때 이 괴물은 우리나라를 종회무진 돌아다니며 갖가지 만행을 저지르는 미군을 상징하는 듯하고, 그중 특히 2003년 미군의 탱크를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교복을 입은 현서는 그 탱크에 희생된 미선이와 효선이를 암시하는 듯 하다.

영화에서는 마치도 강두와 그 가족이 괴물이나 된 것처럼 보여진다. 이들을 잡기 위한 수배장이 붙어있고 마스크를 쓰고 그들을 향해 달려오는 경찰과 군인, 의사들은 이 가족역시 괴물이라고 말하는 듯하지만, 이 영화는 과연 이 가운데 괴물은 누구인가를 다시 묻게 한다.

아무리 딸이 살아있다고 외쳐도 누구하나 강두의 말을 듣지 않는 이 사회의 부조리 역시 괴물의 한 모습일 것이다. 또 가족을 잃은 아버지에게서 모든 재산과 카드까지 압수하며 초라한 차와 종이쪼가리를 건네준 조직의 모습이나 긴급 상황에서도 뒷돈을 받으려고 검은 손을 내미는 구청직원의 모습, 카드 빚 때문에 후배를 배신하는 남일의 선배 또한 괴물로 비쳐진다. 쓰러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으로 버티는 약자를 짓밟는 사회의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권력들이 ‘여기 또 하나의 괴물이 있다’라고 말하는 듯 하다.  

그렇다면 이런 사회의 부조리라는 괴물 앞에서 힘없는 약자들이 살아남을 수 방법은 무엇일까? 과연 이 가족이 괴물에게 붙잡힌 현서를 구하는 무기는 무엇인가?

영화는 마치 가족의 힘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강두네 가족들은 자신들의 얘기를 듣지 않고 외면하는 사회에 맞서 아버지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다. 그렇다면 가족의 힘, 가족애가 이 부조리한 사회에 대항하여 살아가는 힘일까? 가족들을 하나로 모으고, 자신을 희생하면서 괴물과 맞섰던 아버지를 부각하므로써 힘없이 쓰러지고 있는 이시대의 가장들, 가부장적인 제도를 끌어올리고 싶어했을까? 사실 영화안에서 강두 남매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뿔뿔히 흩어진다. 서로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아마도 잘 있겠지’ 하면서 이산가족이 되어버렸다. 영화가 말하고 있는 것은 가족이라는 가족주의에만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현서가 괴물에게 잡혀온 세진을 자신의 동생처럼 돌보고 마치 어머니가 아이를 품에 안 듯 안고 있는 모습에서, 그리고 남일이 노숙자의 도움으로 일어나 괴물을 향해 휘발유와 화염병을 던지는 모습에서, 죽은 현서를 대신해서 현서가 살리려고 품에 안은 세진을 자신의 품에 안은 강두의 모습에서, 약한 자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힘은 바로 연대라고 말하는 듯하다. 마지막 내 눈길을 끌었던 장면은 괴물이 입속에서 끄집어 나온 세진의 멍한 눈의 얼굴모습과 TV에 등 돌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밥을 먹는 세진의 모습이 천진하다고 하기에는 가슴 아프게 마음에 남는다. 괴물에 잡혀온 세진은 울지 않았다. 괴물의 입에서 나와 간신히 살았을 때도, 강두의 품에 안길 때도 울지 않았다. 이 영화는 이런 세진의 모습을 통해 괴물(사회)에 무감각해져버린 우리의 시선을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처로 가득한 그래서 마음이 굳어있는 세진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은 다른 어느 것보다도 현서와 강두의 끌어안음이었음을 기억하면서 이 시대의 우리 사회를 함께 걸어 나갈 희망을 내 안에 갖고 싶다. 


▷복음적인 메시지

-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을 의식하는 것 : “너희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라.” (마태 18,10)

영화를 보고나서 그 내용들을 되돌아보았을 때, 만약 영화 초반에 나왔던 두 명의 낚시꾼들이 작은 돌연변이 생물(괴물)을 잡았더라면 이런 괴물 영화는 없었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미군 상관이 포름알데히드를 한강에 버리라고 했을 때 그는 분명 한강에 비해 그 정도의 약물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 손에 쥐어진 작은 그것을 별것 아니라고 여기며 소홀하게 될 때 나중에는 우리 손에 도저히 쥘 수 없는 거대한 것이 되어서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사회에 만연된 부조리, 사회문제들이 바로 여기서 출발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강두네 가족 또한 이 사회 안에서 작은 자들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거대한 거인과 같은 사회 안에서 누구도 이 작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준 이가 없었다.

나 역시 작은 것들을 쉽게 놓쳐버리면서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들에 연연해하면서 쫓아가는 때가 많다. 그리고 그렇게 소홀하게 취급했던 것들이 나중에 가서는 눈덩이처럼 커져서 내 발목을 잡고 끙끙거리게 하는 거대한 괴물이 되는 것이다.

작은 일상들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을 바라보고 듣지 않는 내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 나의 이웃은 누구인가? : 착한 사마리아사람의 비유 (루가 10,29-37)

강두와 그 가족들이 괴물과 싸우면서 그들과 함께 있었던 사람들은 누구였는지 바라보게 된다. 그들이 도움을 청하려고 손을 내밀었던 사람들(경찰, 군인, 의사...권력층)은 정작 그들을 위협하는 존재였다. 그들을 괴물로 몰고, 피하고, 격리해버리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손을 잡았던 사람들은 누구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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