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영화 산책

고전-국가의 탄생

Sr.Julia 2008. 12. 9. 18:03

 

 

<국가의 탄생>

1994.10.10


   영국의 청교도인들이 신대륙인 아메리카에 들어와 토착민(인디언)들을 밀어내고 그들의 터전을 이루고 지금의 미합중국을 이룩하는 데에는 역사적으로 매우 짧은 기간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들 역사에서 남북 전쟁의 의미는 노예해방이라는 기점도 있지만 북부와 남부가 하나의 국가로 결합해 지금의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만들었다는 것도 포함될 것이다. 따라서 남북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고, 또 큰 성공을 거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피스의 <국가의 탄생>도 그렇고 그 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대 히트를 보면 그렇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때는 1914년이고, 미국에서 영화관이 생긴 것은 1905년으로 길어야 30분, 10분~30분길이 정도의 영화가 상영되던 때 그리피스의 3시간짜리 영화는 대단히 획기적인 일이었으리라고 본다. 이 영화는 길이뿐만 아니라 소재의 거대함으로도 관객들을 압도했다. 처음 부분은 북부와 남부사이의 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양쪽의 모습, 그리고 전쟁이 일어나던 시점, 두 번째로 남부에서의 재건의 시기를 보여준다. 남북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북부와 남부인의 대립되는 상황에서도 두 진영의 남녀가 서로의 편견을 극복하고 사랑으로 결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 첫 부분에서 양쪽의 두 가정(북부의 스토먼가와 남부의 캐머른가)을 소개하는 부분으로 조금은 지루하게 진행되지만, 전쟁의 모습부터 전쟁의 종결과 그 후 남부의 모습에서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상당히 긴박감을 준다.

   북부가족의 아버지인 오스틴 스톤먼씨는 의회 지도자로 강력히 노예 폐지론을 주장하는 정치가이다. 그는 홀아비로 가정부이자 혼열인인 리디아와 재혼하였다. 남부 가족의 아버지인 캐머론씨는 상냥한 아내가 있는 나이든 부유한 농장주로 철저히 기사도 정신을 지키고 있다. 따라서 두 가족은 갈등을 일으킬만한 요인들을 대표하게 된다. 남북 전쟁이 일어나기 전, 북부와 남부 양가 아들들은 서로 친구사이였다. 그래서 북부의 두 아들들은 남부의 친구가족을 방문하게 된다. 이때 필 스톤먼은 마가린 캐머른과, 벤 캐머른은 앨시 스톤먼과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북부와 남부의 전쟁소식을 듣고 양가의 두 아들들은 북군과 남군으로 전쟁에 나가게 되고 큰아들들은 장교로 활약하게 된다. 작은 아들들은 한 싸움터에서 운명적으로 만나 같이 죽게 되고 남군의 대령이었던 벤 캐머른은 포로가 되어 병원에서 엘시를 만나게 된다. 마침내 남부가 북부에 병합되어 벤은 황폐화된 마을에 되돌아온다. 북부가 전쟁에 승리함에 따라 노예였던 흑인들은 자유를 얻게 되고 남부는 북부에서 온 혼혈인 린치의 야심으로 흑인들을 선도하여 흑인들이 의회를 장악하게 된다. 의회에서는 흑인과 백인의 혼인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게 되는데, 이것은 앞으로 일어날 커다란 사건의 복선이 된다. 린치의 부하인 거스는 플로라 캐머른에게 흑심을 품다가 플로라가 물을 길러 가는 틈을 타서 청혼을 하게 되는데 이에 놀란 플로라는 절벽에서 떨어져 죽게 된다. 플로라의 오빠인 벤은 K K K 라는 단체를 만들고 흑인들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흑인들에게 대항하게 된다. 캐머른가는 린치의 보복을 피해 북군출신이 사는 어느 오두막집에 숨어 있게 된다. 린치는 엘시 스토먼에게 청혼하여 강제로 결혼하려 하고 그것을 안 스톤먼씨는 분노하게 된다. 벤이 이끄는 K K K단은 흑인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게 되어 마을을 구하게 되고 벤은 엘시와 필은 마가린과 결혼하여 행복한 결말을 맺게 된다.

   영화나 연극,T.V 드라마 등 대중문화는 시대의 반영물이다. 그것을 보는 시청자들이나 관람객들은 자신이 느끼는 바를 영화, 연극, 드라마를 통해 함께 공감하며 또 후세대인들은 그것들을 통해 그 시대의 시대상황, 생활모습, 의식들을 만날 수 있다. 물론 감독이나 연출가는 작품에 자신의 사상, 의식 등을 더 많이 포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국가의 탄생>이라는 영화도 그리피스라는 감독이 만들었지만 그 시대가 내놓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 전쟁이 일어나고 북부가 승리하면서 법적으로는 흑인노예들이 해방되었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백인과 흑인사이에 평등이라는 것은 최근에까지도 완전하게 존재하지 않았다.

   사실 영화 내용상 많은 부분에서 흑인에 대한 백인의 편견이 드러나고 있다. 북부와 남부의 전쟁으로 남자들이 마을 떠났을 때 이탈자 백인의 선동으로 흑인 게릴라들이 필트먼트 마을을 침입하는 장면이 나온다. 거칠게 생기고, 백인가족의 집안을 부수고, 총을 난사하는 폭력적인 흑인 무리와 백인 여자들과 노인들이 이들을 피해 지하실에서 벌벌 떠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흑인과 백인의 모습은 꽤 상대적으로 나온다. 흑인은 약탈자로 악한 모습이고, 백인은 가냘프고 폭력적인 흑인들에 의해 짓밟힐 수 있다는 불쌍한 존재이다.  이런 장면은 플로라와 거스의 장면과 린치와 엘시의 강제 결혼 준비장면 역시 마찬가지이다. 거스는 물을 뜨러간 플로라를 쫓아간다. 거스는 마치 양을 노리는 늑대와 같이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플로라가 도망치자 거스의 행동도 거칠어지게 된다. 거스는 “기다려요 아가씨, 나는 당신을 헤치지 않겠어요”라고 말하고, 그녀는 “가까이 오지마! 안그러면 뛰어 내릴테야” 라고 대답한다. 분명 거스는 플로라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그녀가 가까이 오지 말라고 했을 때 거스는 가까이 가지 않았지만, 그녀는 뛰어 내렸다.  이 장면에서도 흑인은 가해자이고 백인은 피해자의 모습으로 나온다.

  린치는 엘시를 억지로 가두고 강제로 결혼 준비를 한다. 스톤먼씨는 무장한 흑인들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나약한 모습으로 나온다.

 -“백인여자와 결혼하고 싶습니다.”

 -“축하하네”

 -“당신의 딸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이때 스톤먼은 화를 내며 분노한다. 분명 축하한다고 했지만 그 대상이 자신의 딸이라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 린치가 첫 등장할 때 스톤먼이 말한 대사가 생각난다.

 -“굽신거리지 말게. 자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일세” 이 스톤먼의 대사와 행동은 그 시대, 그리고 최근에 이르기까지 백인들의 흑인에 대한 생각과 편견이 담겨져 있는 듯 하다. 막상 흑.백의 결혼은 찬성하지만 내 딸이 내 여동생이 흑인과 결혼한다면, 어떨 것인가에 대한 대답인 것이다.

  또 흑인의 모습이 이와는 반대로 나왔지만 그 속에서도 백인 우월주의가 드러난 부분이 있다. 바로 케머론씨가 K K K단과 연류되어 있다는 것으로 린치 패거리들에게 끌려갈 때 캐머론가의 흑인들이 그를 구출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보여지는 것은 흑인은 백인의 아래에서, 백인에게 복종할 때가 가장 최상의 상태이고, 백인에게 대항하는 흑인들은 악당(?)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국가의 탄생>은 영화사적으로 대단히 큰 가치를 지닌 영화이기도 하지만 내용상의 흑인, 인종 차별주의 성격으로 개봉당시에도 논란이 많았던 영화이다. 그러나 아까도 말했듯이 이 영화를 만든 그리피스만이 인종차별주의라고는 할 수 없다. 즉, 이 영화에는 그 시대 미국이라는 나라의 백인들의 의식이 포함되어 있다. 영화가 막 태어나 걸음마를 했던 시기인 1910년대에 이러한 거대한 영화가 태어났다는 것은 내용상의 문제로 인해 과소 평가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가의 탄생>은 모든 종류의 전례를 깨뜨린 영화이다. 제작에 있어서도 그 비용은 거의 110,000달러가 들었는데 그것은 그 때까지 두 번째로 제작총액이 많이 든 미국영화(The birth of a nation 이전에 가장 많은 제작비가 든 작품은 23,000달러가 쓰인 Judith of Bethulia였다.)보다 5배가 넘는 액수였다.  6주의 리허설, 1914년 7월부터 10월까지의 촬영, 그리고 편집에 3달이 더 걸렸다. 이 영화 전체 제작기간은 당시 6주 이내였던 평균제작 기간과는 대조를 이루었다. 완성되었을 때 <국가의 탄생>의 길이는 전례 없었던 3시간 짜리였다. 그 영화는 내내 조셉 킬 브리엘이 특별히 작곡한 교향곡과 함께 펼쳐졌으며, 그렇게 다루어진 최초의 미국영화였다. 1915년 그것은 로스엔젤레스에서는 ,<동행인>으로, 그리고 뉴욕에서는 <국가의 탄생>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또 영화 내용의 명백한 인종적 편견 때문에 엄청난 반박과 때로는 폭동까지 불러 일으켰으며, 그러한 악명으로 인해 더 많은 관객을 끌어 모았다. 그 영화는 계속하여 영화협회나 비연극적 시리즈물, 학술과정에서 순회 상영되고 있으며, 때때로 연극에 리바이벌되기도 한다.

   또한 <국가의 탄생>에서는 현대에 쓰여지는 다양한 영화촬영기법들이 보여 지는데, dissolve, long shot, medium shot, close up, fade기법, Iris기법, 교차편집, 카메라 각도이동 등을 볼 수 있다.  대게 카메라는 한곳을 잡고 그 화면 안에서 움직이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영화 중에서 캐머론씨 발 옆의 강아지들을 비출 때 카메라는 아래로 이동한다. 또 벤이 북부의 친구들이 돌아가고 기둥에 서 있을 때나, 링컨이 sign을 하고 난 뒤 앉아있는 장면 등에서 fade기법이 사용된다. 장면과 장면이 이어지는 부분에서 fade in, fade out기법이 많이 사용되었다. 그리고 벤이 전쟁에서 동생의 편지를 받아 읽을 때 편지를 클로오즈 업시키고 남부군의 비참한 모습에서 접시에 배급으로 주는 콩을 클로오즈 업시켜 보여준다. 특히 Iris기법을 많이 사용하는데 대통령이 암살 당하던 날 밤, 오누이가 극장에서 공연을 관람할 때의 장면은 오누이의 장면에서 화면 전체로 Iris in되고, 마가린이 전쟁을 회생할 때도 Iris in, Iris out된다. 전쟁 중에 한 가족의 모습에서 전쟁의 피해를 입은 계곡의 모습으로 Iris in.팬되고, 전쟁의 스팩타클한 면을 보여주기 위해 좌,우로 팬기법이 사용된다.  또 동시에 서로 다른 장소에서 일어난 일들을 교차 편집하므로써 상황설명을 잘 이끌어 갈수 있다. 이러한 영화기법들은 현대 영화의 많은 기법들의 원조가 되었으며 영화사적으로도 크나큰 업적을 남긴 대작이며, 그 시대 관람객들에게는 상당히 신선하고 놀랄만한 영화로 다가갔으리라고 본다.        

  <국가의 탄생>은 1910년대 영화사의 초기에 여러 가지 새로운 촬영기법등을 등장시켰고, 3시간의 초대형 작품이며, 이와 동시에 백인우월주의로 인종차별적인 내용요소들을 가지기 때문에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한 영화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가진 영화사적인 가치들이 내용상의 문제로 인해 제한될 수는 없다. 또, 그렇다고 영화가 가진 영화사적인 가치로 인해 잘못 그려진 내용들이 그대로 묵과된다는 것도 좋은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 영화를 만들게 될, 그리고 앞으로 영화를 보게 될 사람들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즉, 비록 영화의 내용이 문제가 있다 하지만 <국가의 탄생>은 그 뒤에 나올 영화들에게 영화기법에 대한 하나의 교과서를 제시하였다는 것과  따라서 <국가의 탄생>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영화인들에게 보여질 것이라는 것이다.

 

                                                     대학교 때 리포트로 작성한 것(1994년 영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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