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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성모신심-마리아론

Sr.Julia 2007. 11. 22. 18:48
 

<한국인의 성모신심>

들어가는 말

1. 성모신심

  1) 신심에 대한 이해

  2) 성모신심의 성서, 신학적 근거

  3) 성모신심의 의미

2. 한국의 성모신심

 1) 한국 교회의 성모신심 역사

 2) 한국인의 성모신심

3. 올바른 성모신심의 실천

맺음말


들어가는 말

 한국 교회는 원죄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마리아에게 봉헌된 나라이고 그만큼 우리나라 신자들의 성모신심은 지극하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묵주반지를 끼고 있는 분이나 열심히 묵주기도를 하고 있는 신자들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언제부터인지 묵주는 가톨릭신자들의 커다란 표지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가장 아름다운 계절인 5월과 10월은 성모님께 바쳐진 달로 성모신심을 중심으로 본당행사가 집중되는 때이기도 하다. 또한 각 본당의 심신단체의 꽃인 레지오 마리애는 깊은 신앙심으로 교회 내적이나 외부적으로 어렵고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 단체이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은 마리아의 군대로써 사명감과 자부심 또한 크며, 그들의 봉사정신과 애덕실천의 모습은 믿는 사람은 물론 믿지 않는 이들에게 큰 사랑의 표양이 되고 있고 선교에 있어서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재 한국에서의 성모신심이 기복적이고 세속화된 모습을 지니고 있으며 과장되고 한쪽으로 편향되면서 교회의 가르침과 부딪히는 부분도 적지 않고 이로 인해 일반 평신도들이 혼란을 겪기도 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성모신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한국교회에서의 성모 신심에 대해서 살펴보면서 어떻게 올바른 성모신심을 살아갈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성모신심

1) 신심에 대한 이해

 신심(信心,devotio)의 사전적 의미는 하느님을 섬기고 경배하기 위하여 하느님의 신비, 위격, 속성과 구원 사업에 관계된 어떤 창조적 실재에 대해 구체적인 표현을 하는 인간의 자세이자 종교적인 행위를 말한다. 신심은 하느님과 신앙인의 관계에서 볼 때 위대한 자 안에서 미소한 존재를, 무한한 자 안에서 유한한 존재를, 창조주 안에서 피조물을 발견함으로써 하느님과 더 깊이 일치하는 신앙인의 영성적인 도구라고 할 수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는 신심을 네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첫째, 신심은 하느님께 대한 봉사의 의지이며 둘째, 신심은 종교적 행위이고 셋째, 신심의 일차적 원인은 하느님이시며 넷째, 신심의 효과는 하느님의 신성에 의해 주어지는 기쁨과 희망이다. 따라서 신심은 인간이 완덕의 원천이신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예속시키는 경신덕이라고 하였다.

 신심의 일차적인 원인은 신심 생활 안에 활동하시는 하느님이시다. 하느님은 모든 신심의 궁극적인 대상일 뿐만 아니라 신심의 원천인데, 이 말은 하느님이 신앙인의 모든 행위의 초자연적인 근원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신심은 하느님의 선물이며 은총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다른 한편으로 신심을 하느님의 신비와 은총과 사랑에 대한 신앙인의 응답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러므로 절대적으로 기도를 필요로 한다.

 신심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공적 신심으로 교회의 본질적인 신비와 신앙에 대한 전통적인 신심이다. 예수 성심, 성체, 구원의 상징인 십자가, 마리아와 많은 성인들에 대한 신심 등이다. 두 번째는 특별 신심으로 신앙의 본질적인 신비와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교회 장상으로부터 인준을 받은 것이다. 예수의 오상, 성인유해, 성상공경 등이다. 세 번째는 사적 신심으로, 각 개인의 신앙적인 취향과 요구에 따라 갖는 신심들로 매달착용, 상본을 지니는 것 등을 말한다. 


2) 성모신심의 성서, 신학적 근거

 교회의 공적 신심들 가운데 하나인 하느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심은 초대 교회 때부터 시작되었다. 성모공경은 2세기부터 시작되었고 4-5세기 동방 교회에서는 성모축일이 제정되어 전례적인 공경이 시작되었으며, 431년 에페소 공의회의 결정을 계기로 마리아에 대한 공경이 널리 보급, 권장되었다.

 성모신심은 마리아가 성자 그리스도의 어머니로서 하느님의 구원 신비에 특별하고 탁월하게 관여하고 참여함으로써 하느님과 결합함을 인정하고 공경하는 행위이다. 이 성모공경은 모든 성인위에 높임을 받아야 할 특이한 것이기는 하지만, 성자가 성부와 성령과 함께 받는 흠숭과는 본질적으로 다를 뿐 아니라, 이 신심 역시 근본적으로 신인(神人) 그리스도 안에서 삼위일체인 하느님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모신심은 하느님의 어머니에 대한 참되고 합당한 공경의 표현이 되어야 한다.

 성모신심의 근거는 성서와 교회의 전통 안에서 찾을 수 있다. 성서는 처녀에게서의 그리스도 탄생이 하느님의 초자연적인 개입으로 인한 특전적인 사건임과 동시에 마리아에게서 탄생할 아기가 약속된 구원자이며(루카 2,11) 영원한 왕이며 하느님의 아들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루카 1,30-35) 교회는 전통적으로 원조의 타락이후에 하느님이 메시아를 보내겠다는 최초의 약속인 원복음(창세3,15)을 마리아와 결부시켰고 마리아를 새로운 하와로 여겼다. 그리스도의 어머니인 마리아가 차지하는 이런 특이하고 탁월한 구원사적인 위치가 마리아로 하여금 인류의 어머니, 교회의 어머니가 되게 한 것이다.

 성서는 그리스도의 모친 마리아를 복된 여인으로 묘사하는데(루카 1,43.48) 이는 마리아가 하느님의 자기 증여적인 사랑에 참여함으로써 하느님과 온전히 일치함을 뜻한다. 교부들은 마리아를 ‘지극히 거룩한’ 이라는 말로 불렀으며 동방교회에서는 오늘날까지 이 칭호를 사용하고 있다. ‘은총을 입은’(루카 1,28) 마리아는 성령에 의해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으며 죄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잉태되는 첫 순간부터 성덕의 빛으로 꾸며졌다.

 그러나 성모공경은 그 본질상 길이요 진리요 생명(요한 14,6)이며 은총과 덕행의 근원인 성자 그리스도에게로 향하는 것이므로 어디까지나 그리스도 중심적인 의미를 지닌다. 즉 성모가 합당한 공경을 받음으로써 ‘성자가 옳게 이해되시고, 사랑과 영광을 받으시며 성자의 계명이 준수되도록 하는 것이다.’(교회 66항)

3) 성모 신심의 의미

① 마리아를 통해서 그리스도께

 예수께서 마리아를 통하여 세상에 오시고 우리에게 오셨듯이 우리는 마리아를 통해서 예수께 갈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예수와 직접 일치하는 데 마리아가 옆에서 도우신다는 것이지 우리와 예수 사이에서 마리아가 끼어 들어오셔서 간접적으로만 일치시킨다는 뜻은 아니다. 마리아와의 일치는 어디까지나 수단이며 그 진정한 목적은 예수와의 일치에 있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예수를 누구보다도 사랑하셨기에 우리가 예수를 사랑하는 데에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모범이 되시고 예수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닮으셨기에 우리가 예수의 마음을 닮는 데에 그 누구보다도 힘 있는 도움을 주신다.

② 구원의 표적이며 성화의 모범이신 마리아

 마리아는 예수 구원 사업의 첫째가는 열매이며, 성화되어 구원될 인류의 상징이요 전형이시다. 사람은 마리아의 모습 안에서 자신의 미래의 모습을 보고 희망과 기쁨으로 채워질 수 있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은총과 인간의 협력이 완전히 조화되어 이루어진 하나의 걸작이며, 구원과 성화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신다.

 하느님 체험과 세상체험, 하느님 사랑과 인간사랑, 신앙생활과 인간적 생활, 기도와 활동 사이에서 어떻게 조화시키고, 통합할 것인지를 당신의 모습으로 가르치신다. 따라서 우리는 이렇게 기도할 수 있다. “스승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강생하실 때부터 승천하실 때까지 자신을 온전히 당신께 맡기셨나이다. 이것은 교훈과 모범과 형언할 수 없는 큰 은혜이기에 저도 저 자신을 온전히 당신께 맡기나이다.” (바오로가족 기도서)

③ 어머니의 필요성

 사람이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에서 가장 귀중한 역할을 하는 이는 어머니이다. 바로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에서도 역시 어머니는 필요하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영적 어머니인 마리아를 주시어 마리아께 대한 사랑 안에서 인간성이 풍부한 신앙생활을 하도록 허락하셨다. 복자 알베리오네 신부님이 ‘마리아님,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구원될 것이며, 당신을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성인이 되어 후에 하늘에서 당신 승리에 참여할 것입니다.’ 라고 기도한 것처럼 수많은 성인 성녀들이 마리아를 항상 가까이에서 모시며 살았으며, 마리아 영성을 살고 전했다.

 

2. 한국의 성모신심

1) 한국 천주교회의 성모신심 역사

 우리나라에 교회가 들어오기 전후인 초창기와 극심한 박해가 있을 때, 일제 강점기 속에서 고통스러운 생활을 할 때, 한국 전쟁이라는 죽음의 위협 속에 있을 때 신자들에게 큰 힘과 의지가 된 것은 성모신심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신자들이 성모님을 자연스럽게 ‘어머니’로 모시고 의지했기 때문이며 더불어 한국에 들어온 선교사들의 성모신심이 강했던 이유도 있다. 이것은 믿을 교리로 선포되기 전 이미 한국 천주교회가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를 수호자로 모셨고, 국가의 의미 있는 날과 성모축일이 일치하는 것을 볼 때 성모님이 우리나라를 특별히 도와주신다는 강한 믿음을 엿볼 수 있다.

 17세기 초 우리나라에 교회관련 서적이 도입되면서 당시 남인학자들을 중심으로 그 서적들을 연구하였고 [매괴십오단], [성년광익], [천주성교일과] 등의 책들이 성모신심과 성모공경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리고 한문 번역서뿐 아니라 우리나라 신자들이 쓴 교리서에도 이미 성모영보, 성모의 동정과 덕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한국에 천주교회가 들어온 이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여러 번의 크고 작은 박해 안에서 많은 신자들은 성모께 대한 신심과 묵주기도를 통해 신앙을 키우고 굳세게 하였다. 선교사들이 숨어서 전교하던 때 공소가 열리기로 된 집에는 항상 방에 십자가와 동정성모의 상본이 있을 정도로 신자들이 항상 마음에 동정 성모에 대한 신심을 지니고 살았다.

 조선교회가 성모를 주보로 모시기 전인데도 신자들은 이미 생활의 어려움, 박해의 어려움 중에 자신들을 도와주는 존재이자 본받을 모범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기에 순교의 순간에도 ‘예수, 마리아’의 이름을 부르는 일이 허다하였다. 절두산 순교성지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유품은 묵주였고, 박해시대부터 지금까지 신자들의 관에서는 묵주가 나오고 있다. 당시 신자들이 행했던 직접적인 성모공경 방법으로는 한글본 [성모매괴경]과 [환희] 같은 기도문들로 기도하고 선공(善功), 즉 묵주신공(묵주기도)이 있었다.

 그리고 초기 신자들의 성모신심을 확연히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는 동정녀의 존재였다. 신유박해 당시까지 알려진 동정녀로는 윤점혜, 정순매, 김경애, 조도애, 박성염, 이득임, 문영인 등으로 동정녀의 출현은 초기 교회의 특기할 만한 사실로 인정되고 있다. 이러한 신앙 형태는 주문모 신부와 [칠극]의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동정에 대한 인식의 확산은 바로 성모신심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초기 조선 신자들의 성모공경과 신심은 이미 생활속에서 구체적인 영성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었고 그것은 누구의 가르침이라기보다 교회 서적을 읽고 교리를 실천하는 가운데 키워진 자발적인 신심이었다. 모진 박해의 시기동안 그들은 성모 마리아께 의지하면서 신앙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또한 조선에 입국한 프랑스 선교사들의 성모신심 역시 조선 신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제2대 조선 교구장인 앵베르 주교는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리가 공식교리로 선포되기도 전에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을 조선교회의 주보로 모시길 교황청에 청했고, 교황 그레고리오 16세는 ‘성 요셉’과 함께 조선교구의 주보로 승인해 주었다. 성모 마리아를 주보로 선정한 소식은 이후 신자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프랑스 선교사들의 가르침과 함께 자발적인 성모신심이 더욱 활성화하는데 기여하였다. 그리고 다블뤼신부는 ‘성모신심회’ 라는 성모신심단체를 한국에 도입하였는데 이 단체는 성모성심 공경과 죄인의 회개를 위해 창설된 단체로써 회원은 목적 달성을 위해 매일 성모성화 앞에서 일정한 기도와 성모송을 한번씩 바치는 의무를 지녔다. 이처럼 성모신심은 개인적인 생활뿐 아니라 신자들이 속해 활동하던 단체나 서적들을 통해 표현되었다. 매괴회, 성의회, 성모성심회 등은 성모님과 관련된 단체들로 박해시기 내내 존속하면서 신자들의 신앙을 굳세게 하였다. 또한 제4대 교구장인 베르뇌주교는 1861년 성직자들에게 담당구역을 정해주면서 구역명을 성모축일 이름으로 했다.

 일제 강점 시에도 신자들 사이에 묵주기도가 널리 퍼져있었는데 안중근은 의병전쟁 중에도 묵주신공을 궐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불안하고 암울한 역사 속에서 살면서 신자들은 성모 마리아께 의지하며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며, 매월 첫 토요일은 ‘첫 첨례일’이라 하여 성모마리아를 공경하는 특별한 지향으로 미사, 고해성사, 영성체를 하고 기도하였다. 

 1945년 해방을 맞은 후 해방과 독립, 건국의 과정을 한국교회의 주보성인인 성모님께서 보살핀 결과로 해석하면서 한국 가톨릭교회는 성모신심과 순교자 신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이 시기의 성모신심이 더욱 번성하게 되었다.

 1953년 현 헤롤드 주교에 의해 한국에 레지오 마리애가 창립되면서 한국 교회는 성모신심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 안에서 발전시키며 올바른 성모신심을 키우고 평신도 사도직으로서 성모님의 모습을 통해 하느님께 나아가는 보다 넓고 깊은 성모신심을 전개하기 시작하였다. 레지오 마리애는 체계적인 교육과 효율적인 조직운동을 통해 올바른 성모신심의 확립하면서 모든 신자들이 성모님의 모범적인 모습을 닮아갈 수 있도록 성모신심을 확대하였다. 한국 레지오 마리애는 기도와 삶의 모범, 노동을 통한 봉사로 꾸준히 영성을 성장시켰고, 상가봉사와 연도와 같은 전통적인 기도와 활동을 지속하면서 커다란 선교효과를 거두었다.

 이처럼 한국 교회는 성모신심을 통해 초창기부터 박해시기, 민족의 국난 시기동안 신자 개개인에게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강한 정체성을 심어주었고, 내세에 대한 희망과 현재의 어려움을 헤처나갈 용덕을 키움으로 순교라는 전적인 봉헌으로 이끌어주었다. 하지만 종교 자유이후 한국 교회는 성모신심의 토착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학문적인 연구와 신학적인 고찰 노력에 소홀한 면도 없지 않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전후하여 세계적으로 성모마리아에 대한 연구와 신학적 고찰, 역사적 사실과 영성에 대한 연구가 풍성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한국의 성모신심은 박해시대의 신심과 크게 차이가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2) 한국인의 성모신심

 어릴 적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해야 했던 것이 가족기도였는데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5명의 식구가 아주 커다란 묵주를 잡고 둥글게 앉아서 묵주기도를 했던 것이다. 어쩌면 기도서에 나오는 많은 기도문 중에 가장 먼저 외우고 가장 많이 하는 기도 도 역시 묵주기도일 것이다. 그리고 모든 방의 책상과 테이블 위에는 십자가와 함께 크고 작은 성모상도 함께 있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한국의 가톨릭가정들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나 길을 지나면서도 묵주를 들고 기도하는 신자들을 많이 만나게 되면 그 모습만으로 개인적인 친교가 없어도 신자라는 것을 알고 반갑게 눈인사를 나누게 된다. 본당에서 함께 기도할 때나 행사를 잘 진행하기 위해서나 사목자들에게 영적선물을 드릴 때 입이 벌어질 만큼의 수많은 묵주기도가 바쳐진다.

 성모 마리아는 가톨릭 신앙을 가지는 동시에 우리의 어머니며 보호자가 되신다. 이처럼 우리나라 신자들의 성모신심은 특히 강한데 그것은 한국인의 정서 안에서 어머니가 차지하는 위치 때문이다. 가부장적인 유교사회의 영향으로 아버지의 존재는 항상 근엄하고 무서운 분으로 다가오지만 어머니는 자녀들과 가족들을 향한 전적인 헌신과 희생을 떠올리면서 언제라도 그 품에 달려가면 꼭 안아주실 것 같은 그런 사랑의 존재로 느낀다. 이러한 어머니에 대한 인식이 성모님에게 그대로 투사되면서 두 팔을 벌리고 있는 성모상을 보면서 어머니의 사랑을 그대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신자들은 성당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마당에 있는 성모상에 인사를 하면서 우리 모두의 어머니께 인사를 한다. 이런 모습이 때로는 천주교를 마리아교라고 오해하게 하는 동기도 되지만 천주교 신자들에게 마리아는 언제나 가장 친근하고 가까운 어머니이시다.

 모든 본당에는 수많은 레지오 마리애 단체(30,387 : 2002년 4월 통계)가 본당의 안팎으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면서 많은 봉사 활동, 심신활동을 한다. 30만에 가까운 레지오 마리애의 행동단원들(288,702)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기도와 노동, 봉사를 하면서 성모신심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열심한 신앙생활을 위해 많은 피정과 교육을 통해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신앙인의 시각으로 보려는 노력 역시 꾸준히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성모신심은 우리나라 교회의 초창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신자들의 생활 곳곳에서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키우고 이웃 사랑을 실천하도록 도와주는 최고의 신심활동이다.

 하지만 성모 신심이 한국의 신자들에게 미치는 커다란 영향에 비하면 올바른 성모신심에 대한 인식과 교육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보게 된다.

 그것은 본당사제들부터 성모님에 대해 교회에서 가르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모르는 경우도 많고 성모신심 단체의 성격과 체계를 똑바로 파악하지 못해서 오히려 신자들과 마찰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고 성모신심 단체들 역시 그 모임의 본질을 잊고 세속적인 친교모임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현재 한국 교회 안에서 성모신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없는 상황으로 비롯된 여러 가지 문제들을 몇 가지로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과장되고 허황된 성모신심 형태로써, 성모님을 통하여 하느님께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성모님을 신앙의 대상으로 놓고 교회의 가르침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나주의 성모발현과 사적 계시, 상주를 중심으로 일어난 사적 계시 등은 교회의 교도권과 가르침에 순명하지 않고 신흥종교 형태와 유사한 조직체를 이루면서 신자들을 잘못된 성모신심으로 이끌고 있다. 교도권이 오류를 지적하고 반대를 하는데도 적지 않은 신자들이 하느님께 대한 흠숭과 성모님 공경에 대한 구분을 하지 못하고 (조작된) 기적적인 현상이나 감성적인 메시지 전달 방법에 동조하면서 잘못된 성모신심에 미혹되고 있다.

 둘째는 일반 신자들의 기복적이고 세속화된 성모신심형태로 보상과 대가를 바라면서 성모님께 기도를 한다거나 무속이나 불교에서 볼 수 있는 부적의 의미로 묵주나 기적의 매달, 스카폴라, 성모상 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셋째는 성모신심에 대한 사목자들의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신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마리아 신학이 아직 유년기에 머물러 있고 사제와 수도자 양성기관의 마리아론에 대한 교과 편성이 미약하기 때문에 신자들을 교육시킬 사목자들 스스로가 마리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 따라서 각 사목자들의 개인적인 성모신심이 과장되고 편향될 때 하느님께 대한 신앙보다 마리아에 대한 신심을 우선시하면서 신자들이 바르게 신심생활을 하는데 혼란을 줄 수 있다. 또 사목자가 마리아에 대한 신심이 없는 경우 각 본당의 신심활동 단체 중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성모신심 단체들과의 마찰도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사목자 편에서 성모신심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교회에서 나오는 성모신심에 대한 문헌들과 가르침에 대해 연구하고 한국사회안에서 올바로 성모신심을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침을 풀이하는 과정(토착화)이 절실히 필요하다.

 넷째 올바른 성모신심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의 부재로 인해 많은 성모신심단체들의 성격이 변질되는 것이다. 신심단체들이 활동 위주의 드러나는 결과에 집착하거나 다른 단체들과 경쟁하면서 긴장상황을 만들거나 단체들 안에서 보이는 끼리끼리 문화, 세력 형성으로 성모신심단체로서의 본질을 잊고 세속적인 모임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신자들 편에서도 성모신심에 대해 바르게 알려는 의식과 또 각자의 신심을 발전시키고 성장하려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


3. 올바른 성모신심의 실천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가톨릭교회의 성모신심은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이면서도, 일부에서 보이는 잘못된 성모신심의 모습으로 인해 오해와 비난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오해와 비난을 받는 신자들의 잘못된 신심 행위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올바른 성모공경에 대해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

마리아를 잘 알고 사랑하고 공경한다.

 먼저 마리아가 어떤 분이신지, 어떤 생애를 사셨고 어떤 은총을 받으셨는지 또한 구원의 역사 안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셨는지 바르고 정확한 개념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알지 못하는 분을 사랑할 수 없으며, 바르게 인식하지 못한 분을 바르게 공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리아를 바르게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깊이 사랑하게 되고 옳게 공경하게 된다. 또한 내적으로 마리아를 어머니로 가까이 모시고 살며 자녀다운 친밀한 친교를 나누고, 외적으로는 성모신심행사와 모임 등에 경건한 태도로 참석하고 로사리오 기도를 정성되이 바치는 것이다.

② 마리아의 전구와 보호와 도움을 빈다.

 마리아의 전구와 보호, 도움을 확신하며 기도한다. 특히 어려움을 겪을 때 자녀다운 마음으로 어머니께 의지한다. 많은 성인 성녀들처럼 마리아를 사랑스러운 어머니, 힘 있는 보호자, 위험할 때의 피난처, 친밀한 친구로 모시고 산다.

③ 마리아께 자신을 봉헌한다.

 마리아께 자신과 자신의 가정, 모든 것을 특별히 봉헌하며 그 봉헌을 매일 새롭게 한다. 이것은 마리아께 대한 특별한 신심 행위가 된다. 마리아께 자신을 봉헌하는 사람은 그만큼 마리아의 자녀답게 행동하고 살아야 한다. 또한 마리아를 공경하는 신심단체나 신심운동에 가입하여 특별한 봉사와 활동을 마리아께 봉헌할 수 있다.

④ 마리아 신심을 올바르게 전파한다.

 사람은 자기가 사랑하는 분에 대해서 말하기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분이 오해를 받거나 외면당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 여러 사람들과 개신교인들에게 마리아에 대해 설명하고 그들이 마리아에 대한 정확한 개념과 올바른 공경심을 가지도록 도와주고 기도한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마리아께 대한 깊은 사랑과 열렬한 신심을 갖도록 도와준다.

⑤ 마리아를 본받아 그와 같은 마음으로 산다.

 마리아의 성덕을 본받는 것이야말로 마리아 신심의 중심이며 가장 중요한 내용이며 마리아의 여러 덕 중에서 근본적으로 예수님께 대한 사랑을 본받아야 한다. 마리아는 예수를 잉태한 순간부터 오로지 예수를 위해, 예수를 중심으로 모시고 사셨으며, 모든 것을 예수와 함께 아버지께 바치셨고 희노애락을 나누며 사셨다. 마리아의 예수께 대한 사랑 안에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 완전하게 일치하여 하나의 사랑의 실천이 되었다. 따라서 마리아를 본받는 것은 결국 마리아와 같은 자세를 지니고 마리아와 같은 마음으로 사는 것을 뜻한다. 마리아께 대한 신심의 핵심은 마리아처럼 생각하고 마리아처럼 말하고 마리아처럼 사랑하고 마리아처럼 사는 것이다.


맺음말

 한국 교회는 어버이에 대한 효성심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어머니이신 성모님에 대한 인식을 가졌고 초기 교회의 박해시기부터 지금까지 열심하고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성모님께 대한 공경심을 키워오면서 마리아 신심을 통해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성장시켰다. 

 따라서 한국의 가톨릭신자들에게 성모신심은 성모신심 단체에 가입이 되었든 되지 않았든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신심이며 그만큼 신앙생활에 있어서 큰 영향력을 주고 있고 또한 사랑받는 신심이다.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는 것은 바로 하느님께 대한 신앙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다. 마리아를 우리의 어머니로 주신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마리아처럼 당신을 굳게 믿고, 당신의 뜻에 철저히 순명하고, 당신께 모든 것을 맡기며 살기를 바라신다. 성모님 역시 우리가 당신의 인도를 따라 자신보다 당신의 아들 그리스도를 그리고 하느님을 더욱 믿고 사랑하기를 원하실 것이다.

 성모님은 신앙과 순종의 응답을 통해 우리들에게 모범이 되신다. 그분이 예수님을 잉태하신 순간에 드린 fiat은 십자가 아래에 서실 때까지 일생의 온갖 시련 속에서 변함없이 간직되었고 지상생활을 마치신 후 우리를 위해 성인들과 함께 하느님 곁에 계시면서 전구해주신다. 우리는 바로 이런 성모님을 바라보면서 우리도 그분처럼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성장시켜 가야 하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야 하는 올바른 성모신심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이정운,「신심」, 한국 가톨릭대사전, p.5426-5427,  2001

방상근,「성모신심」, 한국 가톨릭대사전, p.4610-4613,  1999

김보록,「마리아께 대한 온전한 신심」, 신학전망 1987(가을), 광주 가톨릭대학교 출판부

최경선, 「한국 천주교회사 안에서 보는 성모신심」(1-10), 성모기사회 2007

스코트 한, 「거룩하신 모후님, 하례하나이다」, 성바오로출판사 2004

바오로 가족 기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