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가다가 old pop이 나오고 있었는데, 너무나 익숙한 노래가 귀에 와닿았다.
Calling You!
바로 바그다드 카페의 영화음악...
하도 오랜만에 본 영화라 그 줄거리가 생각나진 않았지만
음악을 들으면서 사막의 모래바람과 그안에 덩그러니 있는 카페...
그리고 독일 여인과 흑인 여인의 만남...
이런 장면들이 스쳤다.
그리고 오늘 유튜브를 찾아보니, 영화클립이 있었다.
음악의 제목처럼 나를 불렀나보다.
영화가 나온게 1987년인데 아마 내가 본 것은 대학때니까 90년대 초! 거의 20년만에 다시 보게 된 영화였다.
사실 다시 보면서 감독의 의도나 제작 의도는 생각하지 않고 그냥 느끼는대로 보았다.
자막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단어로 막히는 것은 아니었기에, 또 많은 단어보다 상징적인 영상이나
음악이 말하고 있는 것들이 많아서 보는데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
이 두 여인, 독일인 야스민과 흑인 미국인인 브랜드의 현실삶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부부싸움끝에 여행중에 홀로 사막벌판을 걷게 된 야스민이나 무능한 남편과 자식들로부터의 힘겨움으로 그야말로 지쳐버린 브랜다가
마술을 만든다.
그것은 변화다...
둘의 첫만남! 한사람은 낯선땅을 걸어와 땀을 닦고, 다른 한사람은 눈물을 닦고... 각자 상처받은 모습이다.
다시 만난 야스민과 브랜다, 서로의 눈을 마주하고 이들, 첫 대면과는 사뭇 다르다.
여기 멜번에 살면서 언제나 나의 화두는 '소통'이다.
영어라는 벽, 문화라는 벽, 나이라는 벽, 물리적인 벽... 기타 등등!
한국에 있을때도 이런 주제들이 속속히 표면위로 떠오르고 있었지만 내 삶과는 그리 밀접하게 느끼지 않았었는데
이리 살고 보니 만남과 소통은 내게 magic(마술)이다.
브랜다 아들의 아들이 아기침대에 누워있는 방으로 살며시 들어가 아기를 다독이는 야스민,
브랜다 사무실에 무단(!)으로 들어가 말끔히 청소해버리고 그녀(브랜다)가 행복할것 같아서 그랬다고 하는 야스민,
그녀가 한발한발 브랜다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존재 자체가 이방인인 그녀가 영역이 확실한 공간안에서 격리되지 않고 그 중심으로 들어간다.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방인이 중심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왠만한 용기가 있지 않고는 어렵다는 것을 체험해서인가...)
그리고 그녀의 마술이 하나둘 사람들의 공간을 넓혀간다.
외딴 초라한 카페가 어느새 사람들이 북적이고 흥겨워진다.
그녀가 바그다드 카페의 또 다른 거주민 콕스의 그림 모델이 되면서 모자를 쓰고 정장을 갖춘 모습에서 점차 누드화로 변화되는 과정은
마치도 우리가 만남의 과정에서 하나하나 내 자아의 외투를 벗고 참 모습으로 소통하게 되는 모습이다.
예전에 어디선가 이 영화를 페미니즘 영화라고 소개한 것을 본적이 있는 듯 한데,
그렇게 볼수도 있겠지만, 오늘 나는 인간이 인간을 만나는 영화라고 느끼고 싶다.
역시나 음악은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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