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과제를 마치고 조금은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정말 어려운 과목 하나가 끝까지 어렵게 하다가 다행히! 무사히!! 끝내서 그런지...
아무튼 스스로에게 주는 상이라 생각하고 영화 하나를 보기로 했다.
한동안 '영화' 라는 장르와는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한국 뉴스를 보니 Gravity(그래비티, 중력)가 소개된 것을 보았다.
여기서는 사실 어떤 영화가 인기가 있는지 모른다.
사실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별로 없는 듯 하고, 어떤 영화가 소위 '대박'이라는 소개조차 본적이 없다.
그래비티가 혹시 개봉안된 것은 아닌지 사이트를 찾아보니,
영화관 리스트에는 있다.
하지만 영 손님은 없는듯!
주중 대낮이라 그런가? 들어가니 나 혼자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할 무렵 한쌍의 남녀와 다른 남자 관객 한명, 총 4명이 큰 영화관을 차지하고 앉았다.
첫장면!
가슴이 벅찰 정도로 멋지다. 지구의 아름다운 모습이 화면 가득하다. 순간 3D로 봤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예전에 3D 영화를 보았다가 속이 안좋았던 기억에 보통 영화를 선택했는데, 아무튼...
러닝타임 1시간 30분! 다른 영화보다 조금은 짧은 듯 하지만, 사실 그 시간이 굉장히 길게 여겨졌다.
영화가 지루해서기보다,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 너무나 긴장되고 너무나 막막한 느낌이 들어서일까...
생각해보라. 세상과 완전 단절된 상태를...
아무렇지않게 밟고 있는 지구의 땅과 물과 아무렇지 않게 마시고 있는 공기와 떨어져서 거대한 우주 공간에 홀로 아무런 지탱없이, 보호없이 떠다니고 있다는 것! 상상만으로 온몸이 쭈삣해진다.
주요 등장인물은 단 두명! 산드라 블럭과 조지 클루니..
당연히 자막이 없는 영화라서 100% 내용을 다 이해한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에는 여러가지 상징들이 내게 말을 건넨다.
그중에 몇가지를 꼽아보면,
첫번째, 상실의 교훈!
스톤 박사에게 지구는 그냥 있는 것이다. 그녀에게 지구는 별로 의미있는 장소는 아닌듯 하다. 그녀에게 소중한 이들 특히 딸도 잃었고,
우주에서의 일 역시 사명감보다는 그녀의 커리어를 위한 선택이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지구를 곁에 두고도 그녀는 참으로 무심한 표정이다.
하지만 당연히 있는 것들이 사라지는 순간! 그녀는 완전히 혼자가 된다. 그리고 얼마나 작고 연약한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기도조차 할수 없는...
상실은 절망처럼 보여지나 그안에는 아무렇지 않은 그렇고 그런 것들의 소중함을 담고 있다. 결국 희망을 선물한다. 끈을 놓지 않는다면...
두번째, 희생의 교훈!
스톤박사를 살리기 위해 그녀와 연결된 하나의 끝을 놓아버리는 코왈스키 박사! 가슴이 아프기 보다, 그의 행동이 영웅적이라고 멋지다고 말하기 이전에 '나라면... 나라면....' 하는 마음속의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벗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사랑'이 너무나 위대함을 그리고 마지막 순간의 주님의 부르심에 나는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를 잠시 생각하게 된 장면이다.
조금은 과장된 면이 없지 않겠지만, 평온하게 줄을 놓고 우주에 온전히 자신을 맡기며 떠나는 조지 클루니는 조금은 예수님을 닮았다.
그래! 모든 희생에는 예수님이 함께 하시는 거지... 하는 생각과 함께...
셋째, 새로 태어남!
간신히 러시아 위성에 들어온 스톤박사는 무거운 우주복을 벗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취하는 그녀의 포즈는 마치도 엄마 뱃속에 웅크리고 있는 태아의 모습과 닮았다. 그녀에게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일까... 하는 기대!
넷째, 내면의 소리!
마지막 중국 위성까지 도착해서 스톤박사는 모든 것을 포기한다. 혼자 지구로 돌아가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용히 마지막을 맞으려 위성안의 공기를 뺀다. 하지만 밖에서 갑자기 나타난 코왈스키 박사! '어떻게 그가 살아돌아왔을까...' 했지만, 그는 그녀 내면의 한 목소리였다. 희망의 소리!
내 안에는 여러가지 소리들이 있다. 나를 살리는 소리, 기운을 주는 소리, 용기를 주는 소리... 반면, 안된다고 고개 숙이게 만드는 절망의 소리, 핀잔을 주는 소리, 어두운 면만을 보게 만드는 소리...
어떤 소리에 귀를 기울일것인가!
이 희망이 인간을 고귀하게 만든다. 그 약함안에 주님의 소리를 담고 있기에... 그리고 생명을 준다.
영화를 보기전부터 기대는 했다.
그녀는 무사히 지구로 돌아오겠지...
끝을 알고 시작한 시간이었지만 그녀의 여정이 아름답고 극적이라고 여겨지는 것은 것은 그녀가 대단해서라기 보다는
그 여정안에 담겨진 수많은 상징들이 나의 삶 역시 그렇다고 말해서 일까...
코왈스키의 희생처럼 누군가의 희생과 기도이 나를 지탱하고, 나를 계속해서 일깨우는 주님의 소리들이
우리 삶은 역시나 의미있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듯 하다.
쓰고 보니, 좀 거창해졌다.
아무튼 긴장속에 90분을 보내고 나왔지만 지금의 내 삶도 돌아보는 시간과 연결되어 느슨해진 내마음 상태를 조금은 다독일수 있어서 좋았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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