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영화 산책

요한23세

Sr.Julia 2007. 12. 1. 13:07
 

 

영화 <요한 23세>를 보고


<화려한 죄수복을 벗고 세상의 옷을 입다>


 교리교육학과 2학년 2006-071

박정아 율리아



 가난한 시골 신부를 꿈꾸던 꼬마 안젤로가 전 세계가 본당인 교황 요한23세가 되는 과정을 보면서 한 사람의 인물사이기 보다 교회 안에서 숨쉬고 계시는 하느님 성령의 역사, 하느님 섭리의 역사를 볼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이 시대 안에서 교회가 서 있어야 하는 자리는 어디인가?’ 라는 물음을 계속적으로 던지고 있다. 안젤로가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축복하는 본당신부님을 보면서, 자본가들에게 혹사당하며 굶주리고 옥에 갇힌 힘없는 노동자들 곁에서 평화를 외치던 주교님을 보면서, 그리고 이제는 그 자신이 대립과 불목으로 서로 적대시하는 정교회 곁으로 다가가 평화를 전하면서, 우리에게 그곳이 바로 교회가 있어야 하는 자리임을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교회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그리 쉽지 않다. 80년 인생을 사는 한 인간이 변화되기 위해서 죽을 때까지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2000년 전통을 가진 교회가 변화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 것인가 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교회가 나약한 죄인들의 공동체임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꿈꾸고 쇄신의 걸음을 걸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성령께서 현존하시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교황의 주위를 맴돌면서 계속적으로 전통을 내세우며 협력하지 않던 오타비아니 추기경과 보수 세력들도 그 나름대로 교회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도 개인적인 이익보다는 세상의 위험세력으로부터 교회를 굳건히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삶을 바쳤다. 그들도 기도하는 사람들이었고, 성직자였고, 교회의 목자였다. 하지만 그들이 보고 있는 세상은 전통이라는 거름망에 걸러져 교회와는 무관하게 지나가 버리는 덧없는 세상일뿐이었고 오류와 거짓, 위험이 도사리는 악한 곳이었다. 따라서 교회의 벽을 넘어 밀려오는 거대한 세상의 흐름에 대해서는 바라볼 수 없었다. 왜냐하면 교회의 높은 벽 안에 앉아서 그 자리만을 지키고 그것이 교회를 사랑하고 지키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들의 성스럽고 신비스럽고 의인들이 모인 교회의 문을 열기보다는 오히려 파문하고 단죄하면서 세상과 더 멀어지고 교회의 담을 높이 쌓았던 것이다.

 하지만 2000년 전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스스로 인간이 되시어 오셨던 것처럼 이 시대에도 새로운 성령강림으로 교회가 세상 안에서 새롭게 태어나도록 강한 성령의 바람을 불어넣어주셨다. 그리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관심 갖지 않았던 한 인물을 통해 당신의 뜻을 보이셨다.

 기나긴 세월동안 두텁게 먼지 쌓이고, 녹이 슬어버린 교회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오로지 하느님의 뜻에, 성령의 도우심에 자신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능력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으스대기보다는 오히려 무능력함을 고백하고 인간의 무능력 안에서 당신의 뜻을 펼치시는 하느님의 힘에 온전히 의탁할 뿐이었다.

 요한 23세가 말씀하신 것처럼 모든 것을 주도하시는 분은 주님 성령이시며 인간들은 성령께서 하시는 일에 협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협력은 혼자만의 열정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며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대화와 친교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임을 요한 23세는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기도하는 교황님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그 모습 안에서 지금 내가 체험하고 느끼는 세상의 폭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험난한 세상을 바라보면서 그 짐을 지고 있는 교회의 지도자들을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게 되었다.

 또한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는 결코 지상의 과제와 노고를 멀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과 바람과 사랑이 하느님이신 스승의 모범을 본받아 바로 그렇게 우리 형제에게 봉사하도록 우리를 재촉하고 있습니다.”(공의회 개막메시지 中) 라고 세상을 향해 외쳤던 교회의 우렁찬 목소리가 지금 이 시대 안에서도 울려 퍼지도록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나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듯 하다. 

 하느님께서는 당신께서 무엇을 하실지 분명히 알고 계시며 그 일을 우리와 함께 하시길 원하신다. 하지만 절대 강요하지 않으신다. 다만 하느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당신의 꿈에 자신들의 꿈을 일치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을 계속적으로 찾으시고 그들을 격려하시며 이끌어주신다는 것을 교황 요한 23세를 통해 확실히 보여주신 다.


“자기의 형제가 궁핍한 것을 보고도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다면

어떻게 그에게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겠습니까?” (1요한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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